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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알방학간 전시사업-파.고 : 탈주선(Line of flight)
씨알방학간 전시사업도봉구민들에게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사업입니다. 파.고-탈주선(Line of flight)「탈주선」 전시는 파.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5인의 작가(소수빈, 오채현, 이지성, 인터미디어Y, 최진연)들로 구성된 기획전입니다.일상 속에서 항상 이유와 가치증명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과 더 확장되고 깨어나는 사고로의 전환을 모색합니다. 씨알방학간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삶’을 주제로 한 전시, ‘파.고 프로젝트 : 탈주선’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성 작가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달라진 '삶'의 모습을 시각매체인 사진과 인터뷰 영상으로 표현했다. 씨알방학간 2층 오른편 방에서 진행 중인 이지성 작가의 전시에는 사람들과 작가 본인의 사진, 그리고 질문을 인쇄한 종이가 전시되어있다. 전시장 중간에는 사진 속 대상을 찍었던 카메라와 세트가 전시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졌다. 흥미로운 전시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이지성 작가를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시각 매체를 통해 전시를 진행 중인 이지성입니다. -작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년에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짧게나마 제가 살아왔던 인생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당연하고 중요한 행위인데, 그게 어려워지면서 제 인생이 크게 변하게 되었어요. 살면서 누구나 크게 작게 다칠 수 있는데, 그 모습 자체와 그러한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시각매체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사진에는 다양한 포즈와 표정의 사람들이 담겨있다.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무표정이다. 누군가 다리에 깁스를 한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사진 옆에는 '그때부터 얼마나 치료를 받으셨나요?', '어떤 점이 제일 불편했어요?' 등 과거의 다쳤던 경험을 묻는 질문이 붙어있다. 마치 사진 속 사람에게 질문하는 듯하다.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다친 이야기와 그것을 회상하는 얼굴에는 미묘한 공통점과 패턴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고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다치는 것 자체는 우연한 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 피할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며 인생이 변해온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관조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도봉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된 소감 도봉. 저는 노원구에서 오래 살아서 도봉구는 제2의 고향처럼 친근한 느낌이 있습니다. 도봉은 삶이 예술 안으로 시나브로 스며들기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자 동네인 것 같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란? 저는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자 기획자이면서도 아닌 모호한 범주를 넘나들며 시행착오를 겪는 미생입니다. 예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예술은 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새로운 감각을 간질거리는 것이에요. 그것이 시민의 삶과 닿았을 때 위로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지성 작가가 기록한 사람들의 표정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다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쳤던 삶의 한 부분을 사진에 기록함으로써 지우지 않고 말하는 모습은 '다침'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또한 아픔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그저 삶의 연장선임을 깨닫게 한다. 몸은 평생 돌봐야하는 연약한 존재이자 동반자로, 아픔이 있으면 회복도 있다. 그 경험의 파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복합적으로 틀어놓은 궤적을 유추해보는 전시이다.아키비스트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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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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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알방학간 전시사업-모여봐요! 도봉의 숲-그 도시의 기억법
씨알방학간 전시사업모여봐요! 도봉의 숲-그 도시의 기억법「그 도시의 기억법」 전시는 모여봐요! 도봉의 숲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봉의 예술가와 주민을 잇는 두 번째 전시입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강나래, 김민지, 김수연, 유지호, 이은경, 홍원석) 6명의 작가는 도봉의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삶 이야기이자 도봉의 서사를 담아내고, 일상과 비일상의 사이에서 살아가는, 도시 ‘도봉’의 사람 이야기를 발견하는 전시이자 아카이빙 프로젝트입니다. 씨알방학간에서 진행 중인 전시 ‘모여봐요! 도봉의 숲 프로젝트 : 그 도시의 기억법’ 참여 작가 강나래 님을 만났다. 강나래 작가가 진행하는 ‘주부도감’은 주부의 이야기를 담은 녹취록, 기록지, 연구 기간 동안 작성한 가사일지를 전시한다. 그중 아이코닉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단어들을 추출하고, 유리에 옮겨 그려낸 이미지들로 주위에 있는 주부의 이야기를 전시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학교에서는 실내디자인을, 대학원에서는 유리공예를 공부해 유리와 드로잉을 통해 작업을 하는 강나래입니다. 대부분의 작업들은 주부나 가사 생활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저는 주부와 가사생활, 또는 집과 같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혼자 진행하는 작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가 ‘도봉구 주민의 이야기’인 것을 계기로 작업의 중심을 타인으로 옮겨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들을 관찰하고자 했습니다. 전시장에는 작은 점들로 그린 짜파게티, 각종 택배 등 여러 가지 오브제를 그린 점묘화가 전시되어 있다. 점묘화 안에는 인터뷰한 도봉구 주부들에게 건넨 인터뷰지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그동안 다른 사람을 이번처럼 인터뷰를 해본다거나 심도 있게 연구해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누군가를 대면하고 연구해 본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어요. 그렇기에 이번 기획 전시가 저에게는 좋은 기회와 명분을 가져다준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틀을 깨는 숙제를 주었거든요. 혼자 생각하고 있던 가사노동의 의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도봉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된 소감 저에게 도봉은 익숙한 곳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아는 분에게 듣기만 했습니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도봉구를 방문해보니 정말 자연 속에 파묻힌 곳이었어요.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란? 예술에서 철학사조나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가분들이 많은데 저는 전혀 그러지 못했어요. 또 거기에 자격지심 비슷한 게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쪽으로 관심이 없었고 하지도 못했어요. 저에게 관심사는 눈앞에 보이는 일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집과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관찰이 지속되면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일상이 곧 예술입니다. 강나래 작가는 우리 삶에 없어서 안 되는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입은 옷, 먹은 음식을 담았던 그릇을 치우는 일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하루라도 게을리 하면 집은 엉망이고 마음도 괴롭다. 생활 속 꼭 필요한 가사노동의 주체인 주부는 가족의 큰 축이다. 하지만 이런 가사노동과 주부에 대한 인식은 중요도와 반비례한다. 사람들이 이 전시를 관람함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가사노동과 주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모여봐요 도봉의 숲 프로젝트: 그 도시의 기억법>은 예술가와 도봉 주민을 잇는 두 번째 전시다. 이 전시에는 도봉구 주민들이 참여한다. 작가는 참여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도봉 주민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 전시한다. 관람자는 이를 통해 도봉주민과 간접적으로 소통한다. 김수연 작가와 전시를 진행한 곽숙란 님을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곽숙란입니다.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원래 창원에 살다가 10년 전에 도봉구로 이사를 왔어요. 도봉구에서 잘 살고 있다가 올해 아파트 청약이 되었어요. 그래서 내년이면 송파구로 이사를 갑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도봉구가 정말 소중한 곳인데 이사를 가야하니 너무 아쉬웠어요. 그러던 와중, 이번 전시 참여 작가이자 저의 조카인 김수연 작가가 전시에 참여를 권유했어요. 그렇게 좋은 기회로 전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김수연 작가는 곽숙란 님과 그녀의 가족에게 관심을 가졌다. 한 가족이지만 구성원들은 각각 관심사와 활동 범위가 다르다. 같은 공간에 대해서도 느끼는 것이 다르다. 작가는 곽숙란 님과 그녀의 가족들의 주 활동지인 성당과 학교, 직장 등을 지도로 표현하였다. 또한 그 곳에서 느끼는 감정등 을 일러스트로 재구성하여 전시했다. 이사를 가게 되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네, 너무 아쉬워요. 도봉구에서 송파구는 서울의 끝과 끝이에요. 도봉구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괜찮을 텐데 너무 멀어서 섭섭하고 마냥 기쁘지는 않네요. 제 딸도 도봉에서 자라서 친구들을 두고 떠나기가 힘들어서 걱정이에요. 또 제 나이가 쉰 살에 접어들면서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적응하지 못할까 무섭네요. 곽숙란님에게 도봉이란 무엇인가요? 서울 인 듯 서울 아닌 서울이에요. 만약 제가 창원에 살다가 서울 중심으로 이사를 왔다면 적응하지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봉으로 이사 와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정을 나누면서 잘 적응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도봉은 따뜻함이 있는 서울입니다. 평소에도 예술을 자주 접하시나요? 평소에 전시도 자주 관람하고, 시를 자주 써서 시를 쓰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다양한 예술 활동에 관심이 있어요. 곽숙란님에게 예술은 무엇인가요? 저는 예술과 일상에 경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예술이에요. 예술가라고 지칭한 사람만 예술을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모든 삶의 요소들이 예술이에요. 음식을 할 때, 다른 사람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지만, 나만의 재료를 첨가하면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면 그것도 예술이에요. 그리고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자주 찍잖아요. 이렇게 일상에 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들고, 사람들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든 곳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슬프다. 곽숙란 님과 가족들은 10년이라는 세월을 도봉구에 두고 떠난다. 도깨비시장, 무수골 주말농장 등 다양한 추억이 있는 도봉구의 기억은 곽숙란 님에게 언제나 힘이 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줄 것이다. 관람객들이 도봉구를 떠나는 이웃 주민의 이야기를 보며 내가 사는 도봉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모여봐요 도봉의 숲 프로젝트: 그 도시의 기억법>은 예술가와 도봉 주민을 잇는 두 번째 전시다. 이 전시에는 도봉구 주민들이 참여한다. 참여 주민인 박소은 님은 창동에 거주 중인 주부이다. 버들끼리 작가는 주부, 아기 엄마가 아닌 '박소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해 전시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도봉구 창동에 거주 중인 주부 박소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당근마켓을 평소에 자주 봐요. 동네 이야기라는 카테고리에 전시 참여 할 사람을 구한다는 걸 보고 지원했어요. 처음 보는 게시글이라 호기심으로 지원했습니다. 전시 참여 처음과 끝난 후에 감정의 변화가 있으셨을까요? 인터뷰를 되게 오래했어요. 40분 정도 진행했는데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과거의 깊은 기억을 꺼내도록 해주셔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상담하는 기분도 들고요. 집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타인과 말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아이 얘기만 많이 했던 평소와 달리 인터뷰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해서 더 좋았어요. 또 버들끼리 작가님도 육아를 하셔서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박소은 님이 참여한 버들끼리 작가의 전시 이름은 ‘온실온실’이다. 모두를 뜻하는 온(all)과 따듯할 온(溫)을 뜻한다. 전시장 안에는 주민들의 삶을 표현한 피아노, 강아지, 책 등의 그림이 걸려있다. 참여 주민들의 삶을 담은 그림은 관람객과 주민들의 따뜻한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일상에서 예술을 자주 접하시나요? 제가 인터리어디자인과를 졸업했어요. 전시나 예술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요즘에는 못 보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바쁘고 대부분의 전시가 12세 이상 관람가예요. 그래서 아이와 갈 전시가 별로 없어요. 도봉에는 언제부터 거주하셨나요? 원래 강북에 살다가 첫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도봉구에 이사 왔어요. 전에 살던 동네는 시장 쪽이라서 북적북적했는데 지금 동네는 조용해요. 도봉에는 아이를 위한 시설이 많아요. 공동육아센터나 육아지원센터 등 진짜 도움이 많이 되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봉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 도보로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소은님에게 도봉구란? 여유로워요. 눈을 들면 산이 보이는 삶이 좋아요. 아이를 위해서도 좋고 감정의 환기가 되어 좋습니다.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산이 선명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신기해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소은 님은 전시를 통해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꺼냈다. 이처럼 바쁜 삶 속에서 '나'를 잊은 사람이 많다. 이 전시를 통해 모든 이들이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갖고 마음 속 불빛을 더욱 환하게 빛냈으면 한다.아키비스트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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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씨알방학간 공유사업-책 읽어주는 동네 책방
씨알방학간 공유사업<씨알방학간 공유사업>은 씨알방학간을 문화도시 거점공간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사업입니다. 책 읽어주는 동네 책방도봉구 동네 책방 4곳(사유의 사유, 도도봉봉, 쓸모의 발견, 마음돌봄 동네책방 모모)의 책방지기들이 2권의 책을 선정하여 강독하고, 참가자들과의 생각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책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가을의 문턱을 알린다. 도봉 씨알방학간 공유사업으로 ‘동네책방이 책을 읽어드립니다’와 ‘동네책방이 사랑하는 책’을 통해 가을 기운이 물씬 나는 동네 책방 행사를 참여해 보고 책방 운영자인 주상호 님을 만나 봤다. ▲ 동네책방 ‘사유의 사유'자기소개와 동네책방 ‘사유의 사유’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역사예술 전문서점을 운영하는 주상호라고 합니다. ‘사유의 사유’는 2018년 11월에 문을 연 동네 책방입니다. 아직 우리 서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분도 많고, 동네 분들도 처음 와봤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방 이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개념에서 나온 건가요?) 철학적인 것은 아니고, 요즘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하고 살잖아요. 생각을 좀 많이 해보자는 뜻에서 지었어요. 저는 ‘사유’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을 좀 더 많이, 깊게 해보자는 의미에서 짓게 됐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동네 책방을 하신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학예사일도 했고, 문화재단 일도 겪어봤어요. 그동안 해왔던 일은 문화재 연구하던 일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더 새롭고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점을 차리게 됐어요. 조그만 동네 서점을 해보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거든요. 마침 기회가 온 거죠. 기회라는 것이 돈이 떨어졌다거나 장소가 있다거나 그런 기회가 아니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어요.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특별한 에피소드나 어려운 점이 있으셨나요? 사람들이 일단 책을 잘 안보잖아요. 여기 위치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다니는 곳도 아니구요. 특히 자금적인 문제는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해요. 전문서점이기 때문에 역사와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오기는 하죠. 종종 할머니들이 보통 서점인지 알고 찾아오셔서 글을 배우고 싶은데 뭘 처음에 봐야하냐 물어보세요. 그러면 잘 알려드리죠. 요새 주민 분들 중에는 단골들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워낙 이쪽으로 안다니니까 잘 모르셨구요. 그나마 아시는 분은 아는데 그 수가 많지는 않아요. ▲ 인터뷰하는 주상호 님 이번 씨알방학간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번 사업은 처음에 저 개인에게 의뢰가 왔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도봉구에 있는 동네 책방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죠. 동네 책방도 다섯 곳 밖에 안 되니까요. 책방 사장님들에게 얘기해봤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먼저 제가 기획하고 섭외를 했었어요. 그 후에 좋은 취지의 책도 함께 전시하고, 강독하고, 서점에 대한 홍보도 해보고자 하게 됐죠. 서점 간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에 대해서 네트워크를 위해 좋은 의미로 해볼 수는 있지만,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근데 쉽지가 않아요. 또 사업의 주체가 될 사람이 없어요. 기획료, 수업료 등을 모두 지원금으로 돌리고 있어서 거의 봉사활동이거든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해보라고 하면 모두 안 할 것 같아요. 내년에 규모를 키워서 또 해보라 하면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은 어려워요. 서점마다 각자의 스타일과 상황, 서점 운영시간도 달라서 서로들 어려워요. ▲ 공유사업 ‘동네책방이 사랑하는책’ 전시와 ‘동네책방이 책을 읽어드립니다’ 강좌 이번 사업을 하시면서 기대했던 점이나 얻은 점이 있다면? 책방 간의 단합이 먼저였어요.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한다’라는 것 자체가 기대됐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지역에 있는 서점들의 참여도를 좀 기대를 했어요. 그에 따른 참여는 적극적으로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이번 동네 책방 사업 의도나 내용은? ‘사유의 사유’는 역사라는 주제를 내세웠는데요. ‘역사’ 주제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예요.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일반인들이 각 서점이 제시한 주제에 접근하기 쉽게 해주는 것이에요. 여기 책방에서 가끔씩 그런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초반에는 지자체 쪽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왔었어요. 예를 들어, 보건소에서 정신질환에 필요한 거나 역사에 관한 거를 강독해 달라 연락이 와서 진행했었어요. 책을 읽을 때 미리 정보를 알면 수월하거든요. 괜찮겠다 싶어서. 함께 책 전시도 해보고 주제별 수업은 각 서점이 맡아 진행하고 했어요. 책을 세분화해서 속속들이 설명해주는 방식이에요.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려웠던 것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제가 예전에 공모를 해봐서 아는데, 사업을 실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관련자들이 예술계통이라든지 문화 계통이 아닌 분들이어서, 사업 진행이 어렵거든요. 그런데 그분들도 제게 잘 해주셔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요. 이번 사업 참여한 소감을 듣고 싶어요. 애초에 커다란 기대를 안 했어요. 사업예산이나 비용도 적어서, 기대를 안 했어요.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게 뻔하잖아요. 기대는 안 했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작은 다섯 개의 서점이 모여서 무엇이든 같이 해보자’라는 뜻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다행히 장소도 마련해줘서 수월하게 진행한 것 같아요. 그걸로 만족해요. ▲ '사유의 사유' 내부 좋은 동네서점이란? 저희는 역사 예술 전문서점 이잖아요. 역사나 예술에 관심이 있거나 관심은 있는데 책들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을 계시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본인에게 맞는 그런 책들을 편하게 소개할 수 있는 서점, 저희 서점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동네서점이기도 하구요. 앞으로 계획은? 일단 동네책방 문화 사랑방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최근에 지역민들과 서점이 함께 해보자는 의미에서 방예리(방학천예술거리) 공방분들과 같이 사업을 하고 있어요. 방예리 공방 사장님들이 선생님이 되어 구민에게 강의했죠. 공방이 한 스무 개 정도 돼요. 도자기, 글씨 쓰시는 분들이 저한테 초청을 받아서 하고 있어요. 운영자로서의 계획은 서점과 출판을 같이 할 계획이었어요. 올 하반기부터는 역사예술 관련 책들을 기획해서 출판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사유의 사유’만의 특색이 있는 서점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서 도봉문화재단에게 바라는 점은? 재단이 서점과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같은 단순 지원의 기회보다는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서점과 재단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하는 거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단 사업 처음부터 함께 구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마 힘들 거에요. 재단에서 워낙 많은 일을 하니까요. 그런데, 사업을 많이 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다 향유하는 것은 아니니까. 프로그램이나 사업들도 선택적으로 진행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북큐레이션 코너 ‘사유의 사유’는 작은 책방이었다. 슥- 지나쳐 가면, 서점인지조차 알아채지 못할 만큼 평범한 공간이기도 했다. 유별난 장식이나, 커다란 간판 없이도 서점의 존재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까닭은 주인장의 취향 때문인 것 같았다. 서점 구석구석 책들과 주인의 때 묻은 소품들로 가득 했다. 한 장 한 장 책을 읽어 가듯 주인장과 단골들의 스스럼없는 이야기가 공간 안에 폴폴 묻어났다. 욕심 없는 주인을 꼭 빼닮은 서점에 언젠가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방문해보고 싶었다.아키비스트 정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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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씨알방학간 공유사업-뷰파인더 속 도봉, 여행하는 공예가와 함께 만들어보는 자연물 드림캐쳐
씨알방학간 공유사업뷰파인더 속 도봉필름카메라로 찍어 소개하고 싶은 나만의 도봉구 스팟을 담아보고, 현상된 필름 사진 속 나만의 도봉구를 직접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모인 사진들로 ‘뷰파인더 속 도봉’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여행하는 공예가와 함께 만들어보는 자연물 드림캐쳐 여행하는 공예가 모모와 함께 생태공원인 서울 창포원을 산책하고 씨알방학간에서 보태니컬 드림캐쳐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뷰파인더로 들여다본 도봉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도봉의 모습들을 전시에 가득 담아 이 가을을 수놓고 있는 심정은씨를 만나보았다. 카메라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가방을 둘러메고 동분서주했던 그녀의 활약상을 들어보자. ▲ 심정은 씨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현재 대학생이고 지금은 2학년까지 마치고 1년 휴학을 한 상태입니다. 전공으로는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생명과학은 실험 수업이 많은 과목인데, 코로나 비대면 수업으로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기로 했어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씨알 방학간 프로그램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씨알 방학간’이란 공간은 동생이 도봉뉴스지에서 발견해서 제게 알려줬어요. “그런 데가 있었어? 우리 집이랑 진짜 가까운데 있었네!”라고 했죠. 공간을 먼저 알게 되고, 관심을 갖고 있다가 인스타를 통해서 자세한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카메라 수업은 총 두 번을 듣게 됐고, 이후에 관계자 분께서 자연물 드림캐처 수업까지 추천해 주셔서 또 다른 프로그램 경험할 수 있었어요. 참여한 수업이 예술과 관련된 강좌가 많아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있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저는 항상 미술시간이 좋았고 초등학생 때부터 글씨쓰기를 좋아했어요. 노트필기를 친구들에게 빌려줄 때면, 친구들이 “너 글씨 진짜 잘 쓴다.”라고 얘기해줬어요. 중학교 때는 POP 글씨동아리에도 참여했어요.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졌던 거죠. 대학교 진학 이후엔 캘리그래피를 따라 쓰면서 취미를 갖게 됐어요. 지금은 글씨 공방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듣기도 해요. 그러면서 다시 한번 ‘내가 창작활동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구나’ 깨달았어요. ‘뷰파인더 속 도봉’ 수업을 받으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느낀 점은? 사진을 찍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일회용 카메라여서 조리개나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필요 없이 셔터만 누르면 됐거든요. 다만, 결과물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서 아쉬운 경우가 많았어요. 사진에 손가락이나 머리카락이 나왔다거나, 구도가 비뚤어지는 등 잘 나온 사진을 건지기 어렵더라고요.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거나 변화된 지점은 일회용카메라로 도봉을 찍으면서 제가 도봉을 사랑하게 됐다는 거예요. 멋진 도봉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거든요.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몰랐던 ‘김수영 문학관’이랑 ‘간송 옛집’ 같은 곳을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도봉을 바라보니까 익숙한 곳도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쉬운 점은 강사분이나 프로그램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참여자 분들이 총 네 분이었는데, 카메라로 찍고 이야기 하는 시간에 두 분이 참여를 못해서 직접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찍는 것만큼이나 찍은 사진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거든요.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을 놓쳐서 좀 아쉬웠어요. 수업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나 중요하게 느낀 점은? 롤필름 하나가 27컷 정도 되거든요. 저는 27장을 금방 찍을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찍으려니 한 장 한 장이 너무 아까운거에요. 뷰파인더로 구도를 잡고 이제 셔터만 누르면 되는데, 뭔가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셔터를 누르기 망설여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27장을 며칠에 걸쳐서 찍었답니다. 필름 한 장 한 장에 온 마음을 담아 찍었던 저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에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 수업에서 사용한 일회용카메라 수업 때 찍었던 사진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제가 찍은 필름사진 중에 베스트 컷 4장 뽑아봤어요. 첫 번째 ‘호봉’이라는 제목 사진입니다. 이건 도봉역 앞에 있는 신호등 중간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제가 올해 휴학을 했잖아요. 그래서 주변에는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나는 지금 멈춰서 뭘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자 휴학을 한 건데,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서요. 이 사진은 이런 저의 상황이나 감정이 잘 담긴 사진이에요. 나는 멈춰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했지요. 제목은 신호등의 가운데 글자 ‘호’와 도봉역의 가운데 글자 ‘봉’을 따서 지었어요. 다른 하나는 ‘깨비의 선물’이라는 도깨비 시장 사진이에요. 저는 방학동 하면 도깨비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6년 동안 등교를 했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진도 찍고 깨비의 선물이라는 이름도 지어봤어요. 세 번째 사진은 원당샘 공원의 풍경 사진이고, 마지막 사진은 간송 옛집의 누마루 사진이에요. 팔각상 위에 놓인 찻잔을 보고 제목은 ‘여유’라고 지었어요. 컵을 만지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여유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작품 ‘호봉’▲ 작품 ‘깨비의 선물’▲ 작품 ‘원당샘 공원’▲ 작품 ‘여유’ 수업을 듣고 나서 달라진 마음이나, 새롭게 갖게 된 사진에 대한 생각은?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게 사진이라고 느꼈어요. 매일 걷는 길이고 그냥 지나가던 골목이었는데, 찍고 나니까 도봉구가 이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네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진 거 같아요. 요즘엔 그냥 걸을 때도 카메라에 담을 곳이 없을까 하고 동네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젠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수동 필름카메라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좋은 사진이란? 사진도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느낀 사진의 매력은 ‘정답이 없다’는 거예요. 저 스스로도 진로에 있어서 성공이란 어느 정도 길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는데, 사진은 정해져 있는 답이 없어서 너무 좋았어요. 어떻게 찍든 누가 뭐라 할 수 없고 그 사진은 그런 대로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사진이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하여 작가와 관람자가 소통할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림캐처’ 수업은 어땠어요? ‘자연물 드림캐처’라고 해서 자연에서 직접 구한 재료들로 드림캐처를 만드는 수업이었어요. 원래 청포원에서 모일 예정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곧장 씨알방학간에서 수업을 진행했어요. 필름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드림캐처도 처음 경험해보는 거였어요.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들이라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었어요. 덕분에 참여자들 모두 자신만의 속도로 각자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요. ▲ 드림캐쳐 수업 결과물 드림캐처 수업에 참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느낀 점은? 꽃을 어디에 꽂을지 몰라서 그게 좀 어려웠어요. 실로 엮은 망 사이에 꽃을 꽂아야 했는데 예쁜 형태를 찾아 이리 저리 꽂았던 기억이 있네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몰입’을 경험했어요. 손으로 드림캐처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다보니까 자연스레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수업 시간 내내 강사분이 살아온 인생얘기를 듣는 것도 참 좋았어요.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덕분에 새로운 간접경험을 했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비가 와서 창포원 산책을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끝으로 두 수업을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두 수업 모두 제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매회 ‘이번에는 어떤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기대 이상으로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워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특히 필름카메라 수업은 제 인생에 ‘자유로움’을 가져다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어쩌면 나를 억압해왔던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젠 그 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해요. 인터뷰 내내 정은 씨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대학생의 풋풋한 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 학창시절 인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아름다운 시간이 떠올랐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처절했던 젊음의 시간 말이다. 그녀는 인터뷰를 마치고, 내게 캘리그래피로 만든 엽서를 선물로 건넸다. 정은 씨를 꼭 닮은 아담하고 따뜻한 글씨체였다. 카페를 나서는 그녀를 보면서 지금의 경험이 도봉을 새롭게 느끼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값진 시간들이 되길 바랐다.아키비스트 정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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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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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존중문화 박람회
존중문화 박람회<존중문화 박람회>는 도봉구의 5대 존중문화(씨알, 다양성, 지역, 문화, 연대)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생산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페스티벌형 아트마켓입니다. 생산자와 수요자를 연결하여 끈끈한 문화예술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박람회이며, 메타버스를 이용한 게더타운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업입니다. 팬데믹 속 지역 문화예술계 네트워킹 행사를 위해 도봉문화재단이 신선한 행사를 개최했다. 10월 29일, 30일 양 일간 열린 ‘존중문화박람회’가 그것이다. 재단은 지역에 있는 문화예술 생산자와 수요들을 이어주는 박람회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행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윤재국 작가와 신진희 사회적 협동조합 운영자를 만나 온라인으로 이뤄진 ‘존중문화박람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경계를 허무는 일러스트레이터 ‘시뮬라쇼’, 박람회로 새로운 소통의 장 경험해 ▲ 윤재국 작가와 작품(박람회퀴즈 사은품:포스터)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윤재국이고 ‘시뮬라쇼’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시뮬라크르와 ‘show’의 합성어입니다. 이거를 제 브랜드로 해서 연출하는 창작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쇼로 연출하는 그림들은 창작 네트워크인 그라폴리오, 노트폴리오, 인스타에 주로 올려요. 더불어서, 저는 일러스트 작업을 중심으로 로고디자인, 캐릭터디자인도 하고 있어요. 매주 프로젝트를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동안 지역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있던 축제마저 없어지거나 축소됐어요. 그만큼 일감이 없어져 생활고에 시달린 적도 있었구요. 그러다보니 공사장 일용직으로 가서 일하기도 했고, 때마침 장마도 길어져서 일용직마저 안 구해졌어요. 시나 구청에 일감에 대해 여쭤봤더니 연락이 안왔어요. 앞으로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서 일이 지속적으로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술인들과 소상공인 같은 수요자들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파악해서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1:1서비스나 연계되는 시스템, 혹은 다양한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존중문화박람회에 참여한 계기는? 이제까지 자치구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은 별로 없었어요. 이번에 도봉문화재단이 처음이에요. 제 홈페이지를 보고 기업에서 연락 온 적은 종종 있었는데, 지역문화재단이 연락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제가 도봉 예술인 DB에 등록하면서 연락이 온 것 같아요. 존중문화박람회에 참여하게 되면, 주민이나 관계자들에게 홍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민들이 제작품을 경험하면서 문화적 욕구도 채울 수 있고, 창작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행사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어요. ▲ 존중문화박람회존중문화박람회에서 진행한 사업 소개와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면? 메타버스 안에서 주민들이 보물찾기를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보물을 찾은 주민 10분에게는 제가 만든 포스터와 함께 ‘시뮬라쇼’ 소개 리플렛을 지관통에 담아 전달해주는 내용이에요. 선물로 드릴 포스터는 미리 제작해 놓은 것도 있고, 새로운 작품을 드리려고 준비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품 제작은 5일에서 7일 정도, 밀도 있는 작업은 2주 정도면 완성이 돼요. 박람회를 진행하면서 제작해 재단에 전달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유대감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참여자 간 메시지도 보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인데, 프로필이나 인스타만 있어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어요. 그 사림이 어떤 사람인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고, 약간의 소통으로 연대감과 공감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박람회의 보완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전체적인 경관이 간결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플랫폼에서 유튜브로 연결되기 보다, 플랫폼 내부에서 활동을 지속했으면 좋겠어요. 맥이 끊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한 게더타운이 2D로 표현됐는데 3D로 된 VR형식의 시뮬레이션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도봉미술관처럼 만들어서 이용자가 작가들 부스를 입체적으로 거닐면서 보는 거예요. 경매형식으로 진행해도 좋고, 작품을 선정하면 바로바로 보내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판매가는 낮춰서 소비자와 예술가에게 모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희가 일하는데 좀 더 힘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 박람회와 관련해서 도봉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메타버스’의 잠재성이랑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가 문화재단 측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사실 NFT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예술계 지인이나 SNS를 통해서 단편적인 정보만 흡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최근 미술 경향에 대해 재단 측에서 먼저 나서줬으면서 좋겠어요. 플랫폼 종사자나 지식이 있는 작가님들을 통해서, 지역에 있는 성인, 예비작가, 예술인,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길 원해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대응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리고 재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번에 존중문화박람회에서 부스 신청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선정되는 건지 몰랐어요. 제게 제안을 할 때에도 선정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문화재단에서 카카오톡 채널친구 같은 것을 운영하고 공지 창을 내주는 식으로 예술인들의 접근성을 높여줬으면 좋겠어요. 다음번에는 부스 참여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 작업중인 창작그림책 ‘카스테라쇼’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상상력이 넘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무는 제 그림을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든 성인이든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예술이 좋아서 하고 있지만, 예술의 궁극적인 방향은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해요.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예술인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해주고, 재단이나 공공기관 쪽에서는 예술인의 아이디어를 수용해서 사회적 서비스로 구체화 시켜주길 바라요. 문화인과 주민들이 향유하는 공간이 넓어지고 풍성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 우리의 정서가 점점 물질 지향적으로 변해가면서, 그것 때문에 소비도 늘어나고 환경도 파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삶, 공간 디자인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 삶이 나아질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교육불균형 해소 위한 ‘자란다’의 이사장 신진희, 어린이 인형극 매력 알리고파 ▲ 신진희 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란다’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진희입니다. 마을사업을 4년 정도 했고, 협동조합을 설립한 지는 만 1년 정도 됐어요.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안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을 받으면서 설정하게 됐어요. 현재 협동조합에는 18명의 조합원이 계시고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창의 융합형으로 맞춤 교육을 하고 있어요. 교육 분야는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역사문화가 있어요. 최근엔 디지털 정보교육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어서, 창의 역량 디지털 역량교육도 맞춤형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존중문화박람회에 참여하신 계기는? 우리 협동조합에 ‘빛그림 인형극’이란 문화종합예술 프로그램이 있어요. ‘빛그림’은 10년 된 커뮤니티예요. 저희 ‘자란다’도 항상 커뮤니티 모임을 지속해왔고, ‘빛그림’과는 지역 안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해왔어요. 처음엔 단체커뮤니티로 협력하던 체계였는데, 이제는 ‘빛그림’ 멤버가 ‘자란다’ 조합원으로도 많이 들어온 상태예요. 오랜 시간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빛그림 인형극’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박람회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이번 ‘존중문화박람회’의 취지가 도봉구 문화예술인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잘 알려지지 않는 예술인들 홍보를 위해 기획됐다고 들었어요. 박람회 취지와 저희 ‘빛그림 인형극’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빛그림’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인형극이라는 종합 예술을 선보이는 커뮤니티예요. 또, ‘빛그림’은 아이들의 문화권을 존중해주고 아이들에게 일상 속 문화경험을 늘려주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을 근간으로 한 박람회에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박람회를 알게 되고 참여한 계기는 한 담당자분이 먼저 제안해주셨기 때문이기도 해요. 담당자분이 “‘자란다’ 협동조합이 얼마 안 된 사회적 기업인데 문화예술파트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연락을 주셨죠. 얘기를 들어보니, 문화인협동조합이나 문화공간이 참여할 수 있는 ‘연결존’ 참여자가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연결존 참여자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존중존이 더 많다”라면서 ‘자란다’같이 문화적 예술교육을 활용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찾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도봉구에 단체를 법인으로 운영하면서 문화예술 파트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적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여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박람회를 통해 빛그림에 대한 홍보와 저희 ‘자란다’에 대해 홍보하고 싶기도 했구요. 이번 박람회를 통해서 느낀 점이나 얻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메타버스’라는 시스템을 사용한 것이 좀 낯설면서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그냥 메타버스 자체의 새로움을 경험해 볼 수 있었을 뿐 저희 커뮤니티나 기업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순 없었던 것 같아요. 미국의 ‘게더 타운’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했는데, 이용하면서 외국 것을 쓰는 것 보다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플랫폼을 사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랫폼의 불안정성이 박람회 운영에 장애물이 됐던 것 같아요. 플랫폼도 시간에 맞춰서 열어둬야 했고, 시간에 한계가 생기다 보니 좀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내가 들어와 있어도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되잖아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문화예술은 항상 시시각각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정보가 빠르게 오가는데 이렇게 특정시기에만 홍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것 같아요. 수시로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다른 협동조합이나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박람회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참여자분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기획대로라면, 존중존에 참여한 전문예술 및 예술인들이나 문화예술교육 관련된 분들이 연결존으로 와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홍보를 해야 했는데, 이런 활동이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희 측에서 존중존으로 찾아가 전체 리스트를 보긴 했는데, 그분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어요. 정확하게 뭐 하시는 분들인지 어디에 계신 선생님이신지는 모르겠더라구요. 존중존에 참여한 분들의 프로그램 북이 미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플랫폼이 생기든, 뭐든지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자란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다양한 교육활동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더 많은 분과 소통해서 다양한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조합이 다양한 강사 양성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좋은 강의를 기획하고, 도봉구는 이렇게 성장한 강사 인재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주길 바라요. 강사도 참여자도 성장하는 사회를 바랍니다. 순수한 표정과 맑은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윤재국 작가님을 뵀을 땐 마음이 절로 투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시절 예술인이 꿈이었던 내 눈에도 지역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신진희 이사님과의 시간은 사회적 협동조합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을 알아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 분의 인터뷰로 메타버스와 같은 플랫폼의 지원체계가 좀 더 이용자들의 편리를 위한 질적 향상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예술가나 기업가, 개인과 같은 주체들이 자생적 홍보력을 갖기 위한 기반 교육자원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잃어버린 감수성을 건드려주는 예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민하고 지역 공동체들과 연계해 문화예술인들의 가교역할을 하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도봉의 모습은 한층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는다. 윤재국 작가님의 그림책 ‘카스테라 show’가 완성되는 날과 ‘자란다’가 더욱 성장해 도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아키비스트 정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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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민기획100단-걸음아 나 살려라
주민기획100단<주민기획100단>은 문화워크숍 <아이디어실험 ‘씽킹랩’>을 통해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획, 실행해볼 수 있는 사업입니다. 걸음아 나 살려라시니어만을 위한 건강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문화유적지를 걸으며 건강을 만들어가고,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시니어 여가활용능력을 향상시키는 사업입니다.한미옥#주민기획 100단#한국의 재발견 궁궐 지킴이#경기도 문화 관광해설사#시민대 역사 강사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걸어온 한미옥 님. 그 시간으로 인해 한국사에 정통하게 된 것은 물론 문화관광해설사 및 다양한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네 분들과 함께 도봉구 내 문화유산을 걸으며 답사도 하고, 답사 가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우며 우리 동네의 문화유적 산책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전에는 현장에서 역사 해설을 주로 많이 했어요. 그리고 틈틈이 답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전국의 지역으로 답사 여행을 떠나는 답사회를 진행했습니다. 답사라는 것이 참 좋은 여행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모임 자체가 불가능하고, 계속 단계가 격상되면서 답사회 진행은 중지가 됐어요. 그러다가 조금 완화되었을 때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시내권에 문화유적을 단순히 답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운동을 포함을 시킨 거예요. 현장에서 역사에 관한 해설과 함께 걷는 자체를 프로그램 안에 들여놓은 거죠. 보고 걷고 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코로나 와중에도 참여자 호응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오히려 답사만 갈 때보다 더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문화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민기획 100단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지금 프로그램으로 지원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새로운 프로그램보다는 진행하는 답사회를 조금 더 보완했다고 할까요? Q. 어떻게 역사를 공부하게 되셨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크니 제가 좋아하는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해요. 글을 쓰고 싶어서 문화원에 가서 시 수업 등록을 했죠. 그런데 시가 감정만 갖고 쓰는 게 아니잖아요. 뭔가 논리적이고 그 안에 지식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가야 하는데 제가 아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 옆에 역사 강좌가 있었어요. “나는 시를 쓸 때 역사에 관련된 시를 써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그 강좌를 듣게 된 거예요. 그런데 시라는 것이 공부로 안되는 거잖아요. 그 반대로 역사는 오늘 1장 공부하면 1장, 2장 공부하면 2장, 공부한 대로 머리에 들어오는 거예요.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것을 쭉 하다 보니까, ‘해설사 양성과정’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여기에 등록하면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해설사양성과정을 마치니 또 심화 과정을 하래요. 그래서 경희대 평생교육원에서 심화 과정을 들었어요. 심화 과정을 했더니 해설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해설사가 됐어요. 그래도 모르는 게 많아서 꾸준히 공부했죠. 예전에는 도봉문화관광해설사로 있다가, 지금은 경기도 문화 관광해설사, 한국의 재발견-궁궐 해설사, 향토문화 해설사, 겸재 정선 미술관 도슨트, 도봉학 연구소 연구위원(전), 도봉서원 자문위원, 그 외 시민대학에서 역사강론도 하고 있어요. 학교로 들어가 청소년 특강도 하고 역사 관련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답사회도 제가 만들어서 꾸려가고 있어요. 회원이 120명 이상이고 20~25명 정도는 늘 참여해요. Q. 사업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과 사업이 완료된 후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 사업 뒤에 이어질 후속 사업을 잘 연결하지 못했어요. 10월 4일 수업 완료 후속 모임을 11월 5일에 갖게 되는데요. 저는 시니어들이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그들만의 단체를 만들고, 저와 같이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누군가가 구심점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참여하신 시니어들이 적극적으로 리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아직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거나 하며 참여하시기는 어려우신가 봐요. 그래서 앞으로 후속 사업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제가 좀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또 이 사업을 통해서 다양한 프로그램 실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요. Q. 도봉에서 사업운영 소감은 어떤가요? 이 사업을 하면서 저희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조금 모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전 역사를 알리는 일과 답사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싶었는데, 여기에 걷기가 더해졌죠. 그런데 거기에 요즘 이슈인 환경문제까지 담고 싶은 거예요. 그랬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우리의 정체성이 뭔지 알 수 없었어요. 건강 프로그램인지. 역사 인문학 모임인지. (하하하) 그런데 이게 다 우리가 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잖아요. 내가 누구한테 잘 보일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거 하자는 마음으로 기획서를 썼어요. 그런데 정말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여기에 가면 역사도 배울 수 있고, 제대로 걷기도 가르쳐 주잖아요.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요. 사실 시니어들은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하시진 않아요. 쑥스럽기도 하고 봉사활동의 연결고리가 잘 이어져 있지 않아서 봉사처를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에서 집게 나눠드리고 함께 걸으며 활동을 시작하면, 정말 열심히 집중하시는 걸 볼 수 있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 봉사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지속적인 활동을 희망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다양한 체험이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씀 해주실 땐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임과 활동이 지속하려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더 나오셨으면 좋겠고요. 그때까지 저 역시도 더 부지런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회계 부분이 특히 좀 어려웠어요. 사업 정산에 시간 투자를 많이 했는데 3일을 꼬박 앉아서 했던 것 같아요. 서류는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부분인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아마도 제가 너무 시장조사를 여러 곳으로 많이 한 것 같아요. 돈을 여기다 써야 하는 게 맞나? 틀리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너무 많은 거예요. Q. 말씀해주신 프로그램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혹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선 올바로 걷기 강좌를 들어요. 올바른 걷기를 하면서 쓰레기 줍고, 답사지가 나오면 역사 해설을 듣고, 도착지에선 주운 쓰레기 분리, 수거해서 정리하죠. 도토리도 주워서 도토리 저금통에 넣고요. 저를 포함해서 역사, 생태, 걷기 등 4명의 선생님과 13명의 참여자분과 함께했어요. 프로그램 마지막 날,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하필 비가 왔어요. 원래는 현장에 보드 판을 설치해두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거든요. 가령 ‘당신은 지금 올바르게 걷고 있나요?’ ‘하루에 만 보가 적당한가요?’ ‘현장에서 어떤 봉사를 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들이요. 그런데 이때 비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행사 중에 정말 여러 번 자리를 옮겨야 했어요. (하하하) 그때 그렇게 간신히 끝냈던 기억이 나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시니어들의 특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현재 고민 중인 것은 지역과의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걸으면서 답사를 하고,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는 프로그램이죠. 여행에 봉사활동과 답사 활동이 곁들여진 멋진 작품이지 않을까요? Q. 도봉구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할 내용이 있다면요? 사람이 살기 편안한 도시로 천천히 잘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많은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있는데 너무 편리하고 좋아요. 도서관도 있어서 책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또 강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내가 수강생으로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길도 있으니 참 좋은 환경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경 보존 부분에서는 아직 더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나치게 편리한 문화 활동만 추구하다 보니 환경 부분에서는 조금 뒷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무엇보다 함께 나누고, 고민하면서 천천히 바꾸어 나가는 자세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앞으로도 푸른 도봉을 기대하고 있습니다.아키비스트 유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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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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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민기획100단-깃대종
주민기획100단깃대종 도봉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용 교재로 제작하는 사업입니다. 안녕하세요 아키비스트 이수윤 입니다. 오늘은 주민기획 100단 사업 <깃대종>의 대표자 이영은 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깃대종이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여 의미를 찾아보니 생태계에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종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도봉구에는 어떤 생태계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빨리 만나 뵙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현재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둘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이영은입니다. 보육경력은 5년 됐고요. 영세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 깃대종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 깃대종은 아이들이 평상시에 궁금했던 생태계를 선생님들이 먼저 공부하고 참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도봉구 쌍문1동에 있는 생태계를 둘러보면서 생소한 식물을 찾아보고 자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깃대종이 생기게 된 계기는 저희가 아이들하고 산책을 하러 많이 가요. 그러면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뭐예요? 라고 많이 물어봐요. 어리지만 자연에 관심이 많고 더 신기해하는 거 같아요. 생소하고 처음 접하고 모르는 게 많다 보니까 선생님들한테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들도 자연물에 대해서는 낯선 부분이 많거든요. 교실 안에서 아이들하고 활동하는 것은 교사들이 전문적으로 알 수 있지만, 생태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더 알아가기 위해 기획하게 되었어요. - 아이들이 생태계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생태계 파괴가 많이 진행되고 있잖아요. 잊혀 가는 식물들도 많고. 저 어릴 때는 흙과 되게 친했던 것 같아요. 산에 가면 앵두도 따 먹고 땅도 파보고 가재도 잡아보고 개구리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되어 있다 보니까 자연에 대해서 쉽게 접할 기회가 많지가 않더라고요. 공원이 많지만, 숲이나 산 같은 곳은 많이 안 가게 되죠. 아이들하고 땅을 밟으면서 흙냄새도 맡아보고 자연과 조금 친해지면 정서상으로도 조금 안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생태계 중에서도 지역사회의 생태계에 초점을 맞추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내가 사는 곳이잖아요. 도봉구는 특히 숲이 많아요. 숲길도 있고 그 앞으로 우이천도 있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역 생태계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지역에 어떤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보존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물론 도봉구에 사는 식물들에 대해서 아이들한테 가르쳐주는 건 좋지만, 도봉구에 사는 주민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뭔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없었어요. 그냥 학교에 바로 가는 거였어요. 학교에서도 가르쳐주는 건 유명하고 알기 쉬운 식물들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모르는 식물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그중에 외래종도 있겠죠. 환경이 자꾸 변하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조금씩 알려주면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여기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산에 있는 식물들이 뭐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책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위한 책자를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이 책자를 보시고 아이들한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사진이나 설명이 들어가 있는 책자로 구상을 하게 된 거예요. - 도봉에서 사업을 운영해 보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봉구에 살고 있지만, 산도 많고 엄청나게 크잖아요. 저는 사실 이런 행사에 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 존중문화도시 프로젝트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도봉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채택을 해 주시고,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좀 감사하죠. 그리고 일반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넓혀 주셨으면 좋겠어요. 홍보가 더 필요한 거 같아요. 이번에 도봉산 페스티벌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게 정확히 뭘 하는지를 잘 몰랐어요. 찾아보니 개인도 참여할 수 있고, 아이들과도 함께 할 수 있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많이 홍보되었으면 좋겠어요. -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신 소감을 듣고 싶어요. 저는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생겼어요. 이 활동은 흙을 밟으면서 관찰하고 느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자연을 통해서 같이 놀이하면서 즐겁게 찾아보고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이들하고 어린이집 주변 산책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생태 교육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인 저도 많이 알아가면서 그런 부분에서 얻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자연 생태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고, 미디어 중독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인터뷰였습니다. 어른들이 먼저 지역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이 계속 이어져 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길을 걸을 때 주변의 식물들과 동물에게 관심을 가지고 한 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아키비스트 이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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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민기획100단-꽃길 걸어요
주민기획100단꽃길 걸어요창동역 플랫폼 창동61 앞 더러운 바닥을 정화하고, 꽃 그림을 통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사업입니다. 정주화 #주민기획 100단 #도봉 미술협회장 #조각가 #예술인 오염된 길을 꽃길로 만든 정주화 대표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Q.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술협회로서의 활동을 대외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과. 미술협회가 매우 큰 단체이긴 하지만 사회적 환원 부분이 없었다고 생각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오염된 공간에 살고 있는지, 그것을 인식할 기회를.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그래서 환경에 오염된 구간을 찾아보기로 했죠. 경각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오염이 되었는지 알아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테스트해 본 도봉구 내 가장 인구 밀집도가 높고 유동 인구도 많고, 매연이 많이 있을 법한 곳이 창동역인 거예요. 우선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오염된 부분을 지웠어요. 그리고 회화적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해본 결과 명암 차이가 크게 나더라고요. 오염이 많이 된 만큼 저한텐 좋은 일이었죠. 이 오염된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자연 친화적인 도봉구의 꽃인 꽃창포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많은 회의를 통해 꽃길을 만들자고 의견이 모였어요. 플랫폼으로 가는 꽃길. 창동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버스를 타는 그 부분을 꽃길로 만들어 보자는 구상을 하게 된 거죠. Q. 물로 그린 것인데 오래 유지가 되는지요? 비가 오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들 하세요. 그런데 그 명암이라는 것이 묵은 때잖아요. 저 앞마당이 만들어진 세월만큼의 역사가 있어서 그렇게 금방 사라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또 자료적인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쓰는 벽돌이 산화 처리를 하는 물감으로 생산을 해요. 빨간색, 노란색, 녹색등 다양하게 있는데 이건 철을 산화시키는 물감을 이용해서 소성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다 달라요. 그래서 그것을 섞어서 사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표면에만 색을 입히는 벽돌이 있고 전체를 다 입히는 벽돌이 있죠. 전체 하면 더 비싸겠죠? 보도블록 같은 경우 윗부분만 색이 다른 게 많아요. 그런 것들은 산화 반응이 기존의 화학 염료보다 반응이 적어요. 그래서 외부에서도 색이 오래가죠. 저 노랑 벽돌 같은 경우는 오염이 되어서 그 색깔이 안 나왔던 거죠. 세척만 해도 그 색이 나오는데. 고가 밑에 까만 벽돌도 예쁜 까만색인데 회색이 된 거죠. 다시 원래 색을 보여준다면 정말 이쁜 까만색이 되고, 정말 이쁜 하얀색이 되는 거죠. 그 차이를 그림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에요. Q. 사업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과 사업이 완료된 후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공공시설물로 쉬고 있는 공간, 그동안 찾아보지 못한 공간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중에 두 공간이 마당과 고가 밑이었죠. 플랫폼이라 하면 축제나 모임이나 행사가 있는 곳인데 그곳을 가는 길이 너무 초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모색해서 찾게 된 공간이고요. 사업을 완료 후 얻은 것은 까만색 피부? 썬텐효과? (하하) 옆 상가에 계신 분들이 많이 오셔서 협조해 주시고, 음료수도 한 컵 얻어먹고, 재밌다고 계속 구경도 해주셨어요. 이야기도 걸어주시고. 또 회사를 운영하는 어떤 대표님이 오셨는데요. 이 기획과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회사 주차장에 있는 공간도 이런 식으로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조금이라도 가르쳐 줄 수 있는 부분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하셔서 알려드렸죠. 어려운 부분이 아니니까요. 많은 분이 이야기하시고, 사진을 찍어 가셨어요. 주민분들도 관심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Q. 도봉에서 사업을 운영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도봉구와 같이한 것 중 인상 깊은 것은 역시 사람들이 관심도 많고 응원도 해주고. 그런 부분이 참 온정이라고 할까. 주민들 관심도가 참 높은 것 같아요. 이번 사업 진행에는 미흡한 부분도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처음 있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했었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비결도 생겼어요. 이 비결을 바탕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후원을 해주고 싶단 생각을 해요. Q. 도봉구에 더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도봉구에는 명소와 명산,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를 지키는 전문예술인들의 보호와 양성, 모색을 통하여 좀 더 깊은 문화적 향유를 동참하고 문화 발전을 이끄는 부분에 각 기관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문화예술 관련 사업들은 성격이 좀 애매할 때도 있거든요. 사업마다 다루고자 하는 이슈나 정리된 성과들이 확실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미술협회를 알리면서 도봉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서 추진단도 들어갔어요. 전문 미술 단체로서 할 수 있는 역량, 기획, 구조적인 방면에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주민기획 100단의 좋은 방향처럼 예술을 지원하는 것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잖아요. “미술에 대한 분야에 대해서만은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하는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어요. 미술계에는 여러 단체가 있잖아요. 문인, 서예, 회화, 여러 분야가 있는데 여러 단체장이 모여 어떤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그걸 토대로 한번 고심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주민들의 문화적 감성이 굉장히 높잖아요.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벽화 사업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벽화는 어떤 성과로서 남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본질의 공간은 어떻게 보면 피해가 될 수도 있어요. 잠깐의 사진을 찍으러 많은 사람이 오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되기도 하고.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가지고 주민들이 견뎌내고 버틸 수 있는 어떤 공간을 만들어 가야죠. 그것이 문화라고 생각해요. 단기간에 단순한 생각과 재료로 하는 것은 문화라는 것이 아니라 그건 행사죠. 행사는 문화가 쉽게 되지 않아요. Q. ‘주민기획 100단’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죠. 이런 사업은 좋죠. 소액이지만 이런 사업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서로 만나고, 또 이런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이런 기획은 진짜 우수하고 좋은 거예요. 다만 사업의 규모에 맞게 예산에 편차를 두고 진행이 되면 좋겠어요. 작은 손길이 필요한 기획과 큰 손길이 필요한 기획까지 전적으로 주민들이 모두 알아서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예산이나 정산처럼 행정적인 부분을 후원 해주실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와 기획이 정말 좋은 사람이 재단 사업을 할 때 행정적인 부분을 전혀 모른다면, 그게 매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잖아요.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 부분에 대한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아키비스트 유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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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민기획100단-도봉구 지영이들
주민기획100단도봉구 지영이들여성들의 일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업입니다. 독서 모임, 세미나, 강연 등 인문학 모임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과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는 오후 6시, 동네 근처의 카페에서 김지혜 대표를 만났다. ‘도봉구의 지영이들’이란 사업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업은 페미니즘과 연관이 있다. 20대 30대 남녀 사이에 뜨거운 이슈인 페미니즘이 도봉구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은 날, 그날따라 먼 곳에서 일을 하고 온다고 했다. 김지혜 대표가 피곤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다. 명랑하고 에너지 넘치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 ‘도봉구의 지영이들’ 김지혜 대표-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내 경험에서 나왔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사람들 사이의 상호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남자니까 그렇게 해도 되고 여자는 그래서 안 되고 등의 당위성으로 판단되는 일들이 많다. 남동생과 나 사이의 갈등도 그래서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친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남자니까, 여자니까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를 바라보며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 사업의 이름은 베스트셀러였던 ‘1982년생 김지영’에서 따 왔다. 1982년의 지영이와는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2021년에도 지영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도 그 지영이의 한 사람이다. 세상의 지영이들, 그중에서도 ‘도봉구 지영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이 사업을 구상하였다. ▲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쌍문동 독립 서점 ‘마들린느의 책방’에서 토론 중- 이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출발했다. ‘지영이는 건강하다’, ‘지영이는 쓴다’, ‘지영이는 말한다’, ‘지영이는 안다’가 그 주제다. 이 주제가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지영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글로 쓰는 지영이, 독서와 토론을 통해 지식을 갖추고 논리로 대응할 줄 아는 지영이를 만드는 일이다.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롭게 소모되는 지영이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며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지영이를 만나고자 한다. ▲ ‘지영이는 쓴다’의 한 장면. 참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글로 나타내고 있다.- 도봉에서 사업 운영 소감은? 도봉문화재단에서 사업자에 대해 배려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예로 사업을 지원할 때 ‘이 프로그램은 ○○이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하게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또 하나는 컨설팅이었다. 합격 전 한 번, 합격 후 한 번 두 번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는데,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주민기획100단 사업>이 그냥 보여 주는 사업이 아니라 정말 도봉구를 위하는 사업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봉구에서 일상생활만 하다 내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인문학의 장이 마련되어서 새롭고 신기하다. - 이 사업을 하면서 보람이 있었던 일은? ‘도봉구 지영이들’은 이론보다 삶 속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페미니즘에 이렇게 접근할 수 있다니 놀랍고 이해도 잘 된다는 말씀, 페미니즘에 마음을 닫았는데 다시 열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럴 때 내가 정말 이 사업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봉구 지영이들’ 2탄, 여성주의 동화 리라이팅 수업에 특히 큰 보람과 감사함을 느낀다. 이 수업은 독서모임으로 만난 친구와 함께 기획해온 것이다. 페미니즘 독서모임인 ‘forfemi’를 운영하면서 만난 친구인데, 재능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상처를 소화하는 품과 타인을 돌보는 마음씨가 탁월한 친구다. 그녀의 재능에 영감을 받아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부터 강의를 만들었다. 모집공고를 띄우면 반응도 좋아서 금세 정원이 차곤 했다. 그러나 번번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도봉구 지영이들 덕분에, 이렇게 1년 가까이 난산(?)을 겪은 강의가 실제로 운영될 수 있었다. 지난주에 첫모임을 가졌는데, 첫날부터 모두가 울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눴다고 한다. 뭔가 재미있는 모임이 탄생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다. ▲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에놀라홈즈’를 보고 있는 중.- 이 사업을 하면서 힘든 일은? 시기적으로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강사 섭외나 행사 장소 섭외가 생각과 같지 않다. 9월에 사업이 선정되고 난 후 강사와 장소를 섭외했다. 강사들은 일정이 차서 더 이상 강의를 맡기 어렵다는 분이 많았고, 모임을 가지려고 했던 장소도 예약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하나는 도봉문화재단 담당자와 일정을 맞추는 일이었다. 일을 진행하기 전에 담당자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할 일들이 있는데 근무 일정을 잘 몰라 처음에는 힘이 들었다. 이제는 미리 일정을 조율하는 방법을 찾아서 잘 진행되고 있다. ▲ 북한산 생태탐방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야외 토론을 하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카페 넓은 창으로 어둠이 짙게 깔렸다. 어둠이 깊어가는 만큼 우리들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페미니즘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더 확실하게 알고 싶어졌다. 김지혜 대표가 권유한 책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로도 바쁠 터인데 세상의 편견을 부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김지혜 대표. 힘들지만 참 멋진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혜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지혜롭게 성장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아키비스트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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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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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민기획100단-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
주민기획100단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문학을 놀이처럼 즐기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경험하게 하며, 문인과 주민이 협력하여 공연과 전시를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의 사업 대표인 윤명자 님을 만나러 가는 날은 갑자기 내려간 기온으로 쌀쌀한 날씨였다. 10월 날씨로는 64년 만에 찾아온 영하의 추위라고 했는데 두툼한 코트를 걸치고 나가니 견딜 만했다. 만난 장소는 ‘마들문화예술연구소’였다. 처음 뵙는데 서글서글하고 편안한 말투로 대해주셔서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지인을 만난 기분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 인터뷰 중인 윤명자 대표님-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전철을 타고 가면 독서하시는 분들을 보기가 정말 어렵다. 책에서 멀어지는 것은 문학에서도 멀어진다고 본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서인지 이런 모습들이 많이 안타깝다. 이런 안타까움이 이 사업을 구상하는 근간이 되었다. 또 하나는 동네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가 문화적으로 많이 열악하다. 그리고 문학을 접해보면서 살아온 분들이 많지 않다. 그런 주민들에게 문학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락장구와 주민협의체 모임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었다. 문학으로 다가가는 노력도 필요했다. ‘윌더니스’라는 반년지 문학지의 편집장을 하면서 동네 주민의 작품을 실었고 출간된 문학지를 나누었다. ‘마들문학회’를 통해 문학과 주민들을 연결하는 고리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문학을 놀이로 즐기게 해야겠다는 것이다. 친밀하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학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사업 이름도 ‘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로 정했다. -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또는 얻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문학과 친밀해지기를 원했고 문학이 어려운 교양이 아니라 생활 속의 진솔한 울림으로 받아들여졌으며 했다. 이제는 문학에 대한 친밀감을 넘어 주민들이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고, 치유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 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다. 주민사랑방까지 걸어오시기 불편한 주민을 위해 주민의 집 근처인 갈대밭 어린이 공원에서 ‘찾아가는 시 낭송’을 했다. 그날 공원에 모인 주민들의 감탄과 응원에 참여자들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자작시에 캘리그래피로 꾸민 시화집을 만들자 참여자들은 집안의 가보로 남기겠다고 한다. 이런 자긍심을 얻은 것이 이 사업의 큰 결과물이다. ▲ ‘도봉인이여 문학과 놀자’ 찾아가는 시낭송(갈대밭 어린이 공원)- 도봉에서 사업 운영 소감은? 도봉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문화 소외지역이고 문학은 주민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그래서 이 사업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찾아가는 시 낭송 등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였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보람은 더 크다. 참여한 주민들의 변화가 놀랍다. 처음에는 경계의 눈빛으로 주저하던 분들이 지금은 나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맙다며 집에서 기른 호박을 주신 분도 계시다. 지금은 한 가족처럼 느껴질 만큼 서로 챙겨주고 있다. 도봉 주민들의 정겨움을 이 사업을 통해 느낀다. - 이 사업에서 특히 내세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문학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다보니 섭외해야 할 강사도 여러 분이다.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인 강사를 섭외하고 있다. 시 낭송을 할 때도 어디에서 끊어 읽고 소리의 강약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대로 배우면서 낭송을 한다. 소극적인 문학의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창작자로 나아가게 한다. 처음에는 기성 시인의 시로 다가가지만 궁극적으로는 참여자들이 자작시를 쓴다. 그 시로 시화집도 만들고 시 낭송도 한다. 배운 것을 참여자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 공연장을 빌려 발표도 한다. 11월 5일 창동극장에서 시화전과 함께 시 낭송을 하고 가곡을 부르며 촌극을 공연한다. ▲ 가곡 부르기로 시를 배우고 있다▲ 자작시를 캘리그래피로 쓰며 시화전까지 준비- 이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즐겁게 하고 있지만 세세하게 감당할 일들이 많다. 주민들이 써온 시의 워드 작업 하나하나 다 하고 있다. 강사를 섭외하는 일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재정적인 투명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으나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코로나 시기라 방역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도봉주민사랑방’에 모여 활동을 했는데 구청에서 빌려온 소독 기계를 전기로 충전한 후에 등에 지고 소독을 했다. 교실 크기의 두 배쯤 되는 공간이라 매번 소독을 하는 일이 힘이 들었다. - 도봉문화재단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제안이라기보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존중 문화도시 도봉’ 사업은 도봉이 문화적인 도시가 되게 하는 촉매제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계속 되기를 바란다. 특히 고마운 것은 경비사용의 투명성을 위해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있는데 보조금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 해야 할 일을 정말 많이 덜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려고 하자 동네를 보여주겠다며 나오셨다. 먼저 주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시 낭송을 한 장소인 ‘갈대밭 어린이 공원’으로 갔다. 이름과 달리 공원에는 갈대가 없었지만 작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시를 낭송하며 즐거워했을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네 번지가 625번지라 625동네라 불린다는 동네도 한 바퀴 돌며 보여 주었다. 낡고 허름한 집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문학을 가깝게 접하도록 노력한 윤명자 대표의 어려움과 노고가 그대로 느껴졌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주민을 위하는 윤명자 대표의 열정에 마음이 훈훈해져 집으로 돌아왔다. 아키비스트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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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경